오늘은 구속영장실질심사, 구속적부심사 사건 등 대구 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베스트셀러 저서 ‘수사와 변호’를 통하여, '수사의 조건(필요성 및 상당성)'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수사와 변호 2회차]

수사의 조건(필요성 및 상당성)

‘수사와 변호’ (박영사)

제1편 수사

제1장 수사 총설

제2절 수사의 조건

1. 필요성

수사는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만 할 수 있다. 따라서 수사는 수사기관의 주관적 혐의에 의해 개시되므로 혐의가 애당초 없음이 명백한 사건에 대한 수사는 허용되지 않는다.(각주 1) 고소사건의 경우 주장 그 자체로 보아도 혐의 없음이 분명한 경우라면 검사는 고소를 각하하게 된다.

형사소송법은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법 제195조), 사법경찰관 역시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하여 수사를 개시·진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196조 제2항). 수사기관의 자의를 막기 위해 주관적 혐의는 적어도 구체적 사실에 근거할 것을 요한다고 해석할 것이다.

한편 수사는 공소제기를 염두에 둔 사법활동이므로 공소제기의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는 것으로 확인된 사건을 수사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소권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수사할 수 없다. 친고죄의 고소는 소송조건인데, 고소가 없이 미리 수사가 가능한지에 대하여, 대법원(大法院)은 「친고죄나 세무공무원 등의 고발이 있어야 논할 수 있는 죄에 있어서 고소 또는 고발은 이른바 소추조건에 불과하고 당해 범죄의 성립요건이나 수사의 조건은 아니므로, 위와 같은 범죄에 관하여 고소나 고발이 있기 전에 수사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 수사가 장차 고소나 고발이 있을 가능성이 없는 상태 하에서 행해졌다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고소나 고발이 있기 전에 수사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수사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각주 2)고 하여 장차 소송조건이 갖춰질 가능성이 있다면 수사할 수 있다는 태도로, 결국 위 일반론과 부합하되 예외를 일부 열어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경찰청훈령인 범죄수사규칙도 같은 내용을 두고 있다. 경찰관은 친고죄에 해당하는 범죄가 있음을 인지한 경우에 즉시 수사를 하지 않으면 증거수집 등 그 밖의 사후 수사가 현저히 곤란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고소권자의 고소가 제출되기 전에도 수사할 수 있다. 다만, 고소권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수사할 수 없다(범죄수사규칙 제49조, 친고죄의 긴급수사착수). 또한 경찰관은 범칙사건에 관하여 즉시 수사를 하지 않으면 증거의 수집 그 밖의 사후에 있어서의 수사가 현저히 곤란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세무공무원 등의 고발이 제출되기 전이라도 수사하여 그 결과를 해당 공무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동 규칙 제52조, 범칙사건의 긴급수사착수).

2. 상당성

가. 수사는 국가기관의 활동이고, 정보를 독점한 상태에서 인력과 장비 등 공권력을 동원하는 우월적·일방적 행위이므로 특히 신의(信義則)에 부합해야 하고, 비례성(比例性)을 충족해야 한다.

나. 신의칙과 관련하여서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함정수사(陷穽搜査)였고, 이는 우리나라 뿐 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행하여져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범죄, 조직범죄의 수사에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마약범죄는 피해자가 없고 범행이 조직적·은밀하게 행해지기 때문에 통상의 방법으로 혐의를 밝히는 것이 어려운 까닭이었고, 조직범죄 역시 정보원을 활용하거나 조직을 함정에 빠뜨리지 않고서는 일거에 소탕하기 쉽지 않은 점 때문으로 사료된다.

(1) 수사의 효과성 측면에서 보거나 실체진실주의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혐의 있어 수사하는 것이 문제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수사의 주체가 국가기관이라는 점과 통상 강제력을 수반하거나 적어도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수사가 신의칙에 부합해야 비난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2) 함정수사를 허용하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강제수사라고 본다면 강제수사법정주의 상 위법하다. 그러나 무조건 함정수사를 강제수사라 볼 근거 역시 없고 처음에는 임의의 방법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원칙적으로 임의수사(任意搜査)이지만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임의수사의 한계(수사방법으로서의 신의칙)를 벗어나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각주 3)

(3) 함정수사는 미국에서 발달한 이론으로, Sorrels v. U.S. 287 U.S. 453(1932) 사건의 판결에서 함정수사의 항변을 최초로 인정한 후, Sherman v. U.S. 356 u.s 369(1958) 사건에서 피유발자의 주관(主觀) 내지 내심을 기준으로 하여 애초부터 범의를 가지고 있는 자가 함정에 의하여 범죄를 행할 기회를 가진 데 불과한 때에는 적법한 수사로 피의자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할 수 있으나, 아무런 범의가 없던 자에게 수사기관이 접근하여 범의를 유발한 경우에는 위법한 수사로 피의자를 석방하여야 한다는 이론이 확립되었다.(각주 4)(각주 5)

(4) 대법원(大法院)은,함정수사란 수사기관이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해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함정수사라고 말할 수 없다거나,(각주 6) 적어도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각주 7)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및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봄으로써(각주 8) 주관설에 입각하였으나, 객관적 요소를 참작하는 것으로 절충설(折衷說) 또는 종합설(綜合說)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5) 한편 수사기관과 직접 관련이 있는 유인자가 피유인자와의 개인적인 친밀관계를 이용하여 피유인자의 동정심이나 감정에 호소하거나, 금전적·심리적 압박이나 위협 등을 가하거나, 거절하기 힘든 유혹을 하거나, 또는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범행에 사용할 금전까지 제공하는 등으로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피유인자로 하여금 범의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유인자를 상대로 단순히 수차례 반복적으로 범행을 부탁하였을 뿐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는, 설령 그로 인하여 피유인자의 범의가 유발되었다 하더라도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각주 9)

(6) 생각건대 수사기관이 아무런 범의 없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범의를 유발한 후 책임을 묻는 것은 선행행위 모순금지칙에 반하고, 또 수사기관의 사술이나 계략의 적법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하며, 그로 인해 처벌받게 될 피고인으로서는 사법정의를 믿는 것이 아니라 사법불신을 가질 뿐이므로 결국 범의유발형(犯意誘發形) 함정수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기회제공형(機會提供形)함정수사의 경우에는 특별한 경우, 즉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통상의 방법에 의해서는 쉽게 적발하기 어려운 범죄로서 그대로 둘 경우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범죄(마약, 조직, 매춘범죄)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주관과 수사기관이 사용한 유인방법 등 객관적 요소를 모두 참작하여 판단하면 될 것으로 결국 대법원의 종합설(綜合說)의 입장을 따르기로 한다.(각주 10)

(7) 신의에 반하는 함정수사에 의해 기소된 피고인에게는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함이 타당하다.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이기 때문이다.(각주 11)(각주 12) 특히 최근의 판례는 경찰관이 노래방의 도우미 알선 영업 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그에 대한 제보나 첩보가 없는데도 손님을 가장하고 들어가 도우미를 불러낸 사안에서,위법한 함정수사로서 공소제기가 무효라고 판시하여 위법한 단속관행을 사실상 근절시켰다.(각주 13)

< 각주 >

1)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193면.

2) 대법원 1995. 2. 24, 선고 94도252 판결.

3)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196면.

4)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196면; 백형구, 형사소송법, 법원사, 2012, 43면.

5) 최근 미국에서의 함정수사는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인터넷상 함정수사가 중요 쟁점이 되고 있다. 경찰이 아동으로 가장하고 인터넷상으로 성적 탈취자와 접근하여 성적 탈취자가 아동과 접촉하는 것을 기다려 체포하는 함정수사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함정수사’ 항변, ‘헌법위반’ 항변, ‘법적 불능’ 항변, ‘위법행위(actus reus)' 항변(미수의 책임에 필요한 위법행위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항변), '공상(fantasy)' 항변(증거불충분 주장) 등을 하였으나 받아들여진 경우가 적었다. 다만 뉴저지주 대법원이 이른바 피해자가 자신의 신분을 숨긴 수사관인 경우, 아동에 대한 성폭력의 미수로 기소할 수 없다고 판시한 후 불능이론을 적용하여, 피고인은 ’범죄적 행위를 완수하지 않았으며, 그 상황에서는 피고인이 성폭력을 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판시한 사실이 있다{State v. Condon, 919A.2d 178, 183(N. J. Super. Ct. App. dIV. 2007)}. 상세한 것은 김성진, “미국에서의 아동성범죄에 대한 형사법적 대응: 아동음란물의 규제입법 및 인터넷상 함정수사를 중심으로”, 「중앙법학」제15집 제1호, 중앙법학회, 2013. 3, 102-106면 참조.

6) 대법원 1982. 6. 8, 선고 82도884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도1377 판결;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도2753 판결;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1066 판결;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4532 판결.

7)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903 판결.

8)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2339 판결;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도10804 판결.

9)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2339 판결;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도10804 판결.

10) 同旨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197면; 백형구, 형사소송법, 법원사, 2012, 43면.

11)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903 판결; 백형구, 형사소송법, 법원사, 2012, 43면.

백형구 변호사는 공소기각판결설을 지지하는 근거에 대해, 함정수사는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점,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면소판결의 사유(법 제326조)에도 해당되지 아니하는 점, 함정수사에 의해서 공소가 제기된 경우는 공소제기가 위법·무효인 경우(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12) 이에 대해 신의칙에 반하는 수사의 소송법적 고려는 증거배제와의 관계에서 고려하면 족하므로 함정수사에 의해 이미 이루어진 범죄사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또 함정수사를 소송조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는 이상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도 유력하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197면). 이재상 교수는, 가벌설의 입장에 선 것으로 일본 최고재판소(日最決 1952. 3. 5(刑集 7-3, 482)), 독일 연방법원(BGHSt. 32, 345)의 입장을 소개하고 있다.

13)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7362 판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의 경우 경찰관들이 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손님을 가장하고 들어가 도우미를 불러 줄 것을 요구하였던 점, 피고인측은 평소 자신들이 손님들에게 도우미를 불러준 적도 없으며, 더군다나 이 사건 당일 도우미를 불러달라는 다른 손님들이 있었으나 응하지 않고 모두 돌려보낸 바 있다고 주장하는데, 위 노래방이 평소 손님들에게 도우미 알선 영업을 해 왔다는 아무런 자료도 없는 점, 위 경찰관들도 그와 같은 제보나 첩보를 가지고 이 사건 노래방에 대한 단속을 한 것이 아닌 점, 위 경찰관들이 피고인측으로부터 한 차례 거절당하였으면서도 다시 위 노래방에 찾아가 도우미를 불러 줄 것을 요구하여 도우미가 오게 된 점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단속은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피고인의 범의를 유발케 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이 사건 공소제기 또한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함정수사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상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 구속적부심사 등 대구 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수사와 변호를 통해, '수사의 조건(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번에는 수사의 개시 중 ‘내사’와 ‘수사의 단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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