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대구성범죄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수사와 변호’를 통하여,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_불구속 수사(재판)원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사와 변호 39회차]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_불구속 수사(재판)원칙’

‘수사와 변호’ (박영사)

제1편 수사

제2장 수사기관

제3장 수사의 방식과 종류

제4장 위법수사 규제의 필요성

제5장 수사방식의 변화

제6장 수사서류의 증거법상 기능

제7장 수사의 객체

제2편 변호

제1장 변호인 제도

제2장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

제1절 서론

제2절 내사단계 변호권 행사

제3절 수사단계 변호권 행사

제4절 신병결정단계 변호권 행사

다. 불구속수사(재판) 원칙

(1) 불구속수사 확립의 배경

영장발부시 그간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피의자가 부인하고 있고, 피해금액이 크고 피해회복이 되지 않았다면, 중형선고가 예상되므로 도주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발부를 쉽게 하여왔다는 점이다. 검찰에서는 피해액 1억 원 이상이면 무조건 구속수사원칙을 내부적으로 정하고 있고, 법원도 오랜 기간 검찰의 협조자로 쉽게 영장을 발부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은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불구속수사,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간과한 것으로 비판의 대상이었다.(각주 1) 이미 헌법재판소는 일찍부터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으로부터 불구속수사·불구속재판 원칙을 도출해 낸 바 있다.(각주 2)

이러한 우려에 대해 사법부의 수장도 그러한 잘못된 관행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일선 판사들에게 주의를 당부하였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大法院長)은 2006. 9. 18. 대구고등·지방법원을 방문했을 때 "판사들이 깊은 생각 없이 영장을 발부한다. 구속적부심을 통해 며칠 뒤 석방될 것을, 또 한달 뒤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을 왜 구속영장을 발부하느냐"고 훈시하였으며,(각주 3) 2006. 9. 13. 광주고등·지방법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구속영장 발부에 있어 역지사지의 자세로 신중해야 할 것을 당부하였다. “제대로 된 공판중심주의라는 것은 법정에서 제대로 증거조사를 해야 되는 것입니다. (중략) 우리 판사들 영장을 발부하면서 영장 발부해서 구속되는 사람의 가족과 그들의 심정을 한 번도 헤아려보지 않는 것이 오늘 우리 판사들의 태도라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중략) 범죄단서가 있어서 증거수집하기 위해서 압수수색하는 것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새롭게 수사를 하기 위해서 소위 압수수색을 해서 서류를 다 가져다가 뒤져서 새로 수사할 것 같으면 누가 그것을 못하겠습니까? 우리 법원에서 여태까지 그런 일을 해왔던 것입니다. 우리 잘 생각해야 됩니다. 만일에 내 뒷조사를 5년 동안 수사기관에서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영장 그렇게 발부해 주겠어요? 그렇게 안할 것입니다. 여러분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 그것은 강제처분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물론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법원과 검찰에 갈등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각주 4)

위와 같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불구속재판원칙 강조로 인해 이 시기부터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확연히 낮아졌고, 과연 검찰과 갈등관계에 접어들었다.

(2) 수사현실과 위 원칙 간 대립

(가) 검찰(檢察)에 따르면, 2012. 9. 기준 구속영장 청구 건수가 6년 만에 감소했고 이는 법원이 이용훈 전 대법원장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한 불구속재판이 정착돼 검사들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할만한 사안만을 선별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기 때문이며, 반면 계좌추적, 증거 확보를 위해 청구하는 압수수색영장은 두 배 가량 늘었고 적어도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은 매년 98%를 상회했다고 한다.(각주 5)

이와 같은 불구속재판 정착으로 검찰이 인신구속을 통한 진술 위주 수사 대신 객관적 입증을 통한 과학수사관행으로 수사방식을 전격 전환한 점은 바람직한 변모이나,(각주 6) 증거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수사기관은 피의자 및 참고인의 진술을 듣지 않을 수 없고 또 부인하는 피의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구속수사를 실시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최근 검찰의 불만을 보면, 위와 같이 충분히 숙고하여 구속 수사하여야 할 만한 사건만 선별하여 영장을 청구하는데도, 법원이 수사의 주체와 재판의 주체를 구분하고 있는 직분상의 한계를 넘어서서 구속영장발부단계에서부터 미리 기준도 없이 판단하여 구속 수사하여야 할 사건도 영장을 기각하고 있고, 이는 결국 수사방해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각주 7) 검찰의 이와 같은 주장의 논거로는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기보다는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제도 등 사후적 통제 제도의 활용을 높여야 한다”라거나 “압수수색영장을 ‘포괄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일부 기각하는 건수가 크게 늘어나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그 취지이다.(각주 8)

(나) 실제 대법원이 2012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형사재판 운용현황 자료에 의하면, 2006년 6만 2,000여건에 달하던 구속영장 청구 건수가 매년 감소해 2011년에는 3만 7,000여건에 머물렀고, 전체 형사사건 피의자 중 구속인원 비율은 2.07%에서 1.25%로 낮아졌는바, 이처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건수가 크게 줄었지만 같은 기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16.4%(각주 9)에서 23.8%로 오히려 7.4%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4 사법연감’에 따를 때, 2013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18.2%였다. 33,116건이 청구되고, 27,089건이 발부되었다.(각주 10)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대법원(大法院)은 “구속영장 발부율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법정구속인원과 법정구속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실형을 선고받는 피고인의 수는 별다른 변동이 없다. 불구속재판 원칙이 정착단계에 들어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반면, 검찰(檢察)은 “선별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음에도 기각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영장 전담 판사들이 영장 기각률을 일정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자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하여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각주 11)(각주 12)

(다) 한편, 압수수색영장은 청구건수도 늘었고 발부율도 높다. 2006년 6만 2,100여 건이던 압수수색영장 청구 건수는 2011년 10만 9,100여건으로 1.8배 증가했고, 2006년 99%이던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발부율도 2011년 98%로 별 차이가 없다. ‘2014 사법연감’에 따를 때, 2013년 압수수색검증영장 청구 건수는 182,263건, 발부 건수는 166,877건으로 발부율은 91.6%였다.(각주 13)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검찰(檢察)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포괄적’이란 이유 등으로 압수수색이 필요한 현장 중 일부를 삭제해버리거나 연결된 은행계좌를 볼 수 없게 해 매번 새로운 영장을 받아야 하는 등 영장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2006년 4.5%이던 압수수색영장 일부 기각률은 2011년 11.5%로 2.6배 늘었다.(각주 14)

(라) 위와 같은 사정으로 현재 검찰(檢察)에서는, “법원이 구속영장 기각이나 압수수색영장 일부기각을 통해 수사를 간접적으로 지휘하려 한다”고 보거나, “구속영장을 발부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압수수색 일부기각 건수마저 늘어나 수사 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적절한 시점과 범위의 압수수색이 어려워지면 피의자들에게 증거인멸을 할 기회를 더 주게 된다”고 보면서, 범죄의 지능화·고도화와 더불어 변호인의 조력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 수사 여건이 더 열악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법원은 향후 영장기각을 통한 사전통제보다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을 통한 사후통제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도 일단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대부분 구속한 후 보석을 통해 풀어주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각주 15)

그러나 이에 대하여 대법원(大法院)은 “형사소송법상의 무죄추정 원칙이나 불구속재판 관련 조항은 영장재판 단계에서도 엄격히 적용돼야 하고, 영장보석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반대 입장에 서있다.(각주 16)

(3) 무엇이 옳은가?

(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구속영장 청구와 피의자심문)가 시행되기 바로 전인 1996년 14만 3068명이 구속수사 되었는데, 위 통계대로라면 1996년에 비해 2012년 기준 10만 명 이상이 수사절차에서 구속을 면하였고, 1996년 피고인 중 63.6%가 구속피고인이었는데 구속구공판 피고인 비율이 전체 기소자 중 14% 정도에 불과한 것을 보면 비율로도 큰 변화를 읽을 수 있다.(각주 17) 그러나 불구속 재판 후 법정구속이 확대되고 실형을 선고받는 피고인의 수에는 변동이 거의 없는 점에서 현재 사법부는 일단 수사단계에서는 불구속 수사, 이후 실형이 선고되면 도주우려를 대비해 법정 구속하는 방향으로 확실히 돌아섰다고 볼 수 있다.

(나) 그렇다면 이 같은 불구속 재판원칙이 헌법과 법의 이념에 반하는가(이념적 문제). 또는 현저한 수사방해가 되어 피고인의 도주율이 급격히 증가했다거나 수사기관의 대응능력이 현저히 약화되었는가(현실적 문제).

1) 이에 대하여 검찰(檢察)에서는, 범죄 발생의 양적 증가는 물론, 질적으로 살인이나 성폭력 등 흉포한 정도가 날로 심화되고 있음에도 구속율은 0%를 향해 가고 있는 수사 현실은 분명 기형적이고, 이로 인해 피의자의 인권이 신장된 것은 분명 하겠지만 범죄 피해자나 선량한 일반시민들이 법 감정상 구속 비율의 감소를 수인하는 정도나 형사사법절차를 신뢰하는 정도는 늘었을지, 줄었을지 진지하게 자문해 볼 일이라고 한다.

또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 중 수사목적 또는 수사편의를 위해 피의자를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판사들의 인식은 다소 형이상학적이며,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은 아무래도 영장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목적이 우선이고, 보탠다면 여죄의 규명, 공범에 대한 수사 목적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공익적 견지에서 동종 유사범죄의 확산을 억제·차단하려는 의도가 추가될 수 있는 것이라고까지 주장한다.(각주 18) 특히 국책사업인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반대 시위 중 주동자들을 구속하자 진정 국면으로 전환, 서울역 앞 거물 주폭 몇 명을 구속하자 주폭과 노숙자가 일거에 사라진 사례 등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고 하면서, 수사에 필요하다면 구속함이 타당하고, 재판에서의 도주우려, 실형선고 가능성 등을 이유로 한 신병 보전문제는 그때그때 단계에 가서 고려하고 대처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즉 불구속수사 선행론은 옳지 않고, 각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하는 사유 중 ‘불구속수사 원칙’이라는 개념은 잘못된 것인데도, 판사들은 사건 수사의 특성, 수사 관계상 구속의 필요성 등은 최소한으로 고려하면서 법원이 중시하는 실형선고 가능성, 재범 위험성 등의 기준에 부합할 때에만 구속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고, 언제부터인가 법에도, 책에도 없던 ‘불구속 수사원칙’이 마치 확립된 원칙인 양 강조되다가 급기야 2007년 6월 형사소송법 제198조에 명시까지 되었지만, 실은 구속 수사가 일반원칙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불구속 수사도 일반원칙이 될 수는 없다고 하면서, 그간 구속이란 제도 자체가 법원의 영장을 받게 되는 관계로 굳이 불구속 수사원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미 검찰이 제한적이고 선별적으로 하여 왔으며 적절한 통제가 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재판과정의 사정을 검사가 담당판사만큼 알 수 없는 것처럼 수사과정 특히 구속단계 사정을 판사가 검사만큼 알기는 어려우므로, 구속영장 발부판사는 체포과정의 불법성(각주 19)이나 영장청구 절차규정의 위배 여부 등을 문제 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건내용에 관하여 아직 초동수사 단계임에도 재판단계의 입증 수준의 소명을 요구한다거나 수사가 어디까지 갈지 확정적이지 않은데도 도주 가능성 여부를 논한다거나 심지어 수사미진을 논하는 것은 무리이며 적절치도 않으며, 전국 각 법원이 법 규정 어디에도 없는 ‘방어권 보장’을 영장기각사유로 적시하는 일반적 현상도 잘못되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각주 20)

결국 검찰의 주장은 이미 선별되어 청구된 구속사건에 대해서만큼은 무조건 영장을 발부하고 구속적부심과 보석제도로서 상세히 심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구속적부심과 보석제도를 별도로 둔 취지에도 맞고, 수사와 재판의 주체를 분리한 사법체계에도 모순되지 않고, 판사가 섣부른 판단으로 수사를 방해하는 결과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각주 21)

2) 그러나 필자의 생각(私見)으로는 불구속수사 원칙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바뀐 법원의 영장 발부태도가 옳다. 다수의 형사법 학자도 그와 같을 것이라 확신한다.

가) 일찍이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는 무죄추정의 원칙으로부터 불구속수사·불구속재판 원칙을 도출하여 왔고,(각주 22) 그것이 현대의 보편타당한 문명사회의 결단에 부합하는 것이 분명하며, 구속을 수사 또는 사전형벌의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점이 검찰 주장에서 공공연히 드러나고 있고, 실제 법의 취지와는 다르게 보석이 상당히 인색하게 허가되고 있어 일단 구속한 후 공판 중 보석을 통해 석방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므로(각주 23) 검찰의 그와 같은 주장도 보석현실에 맞지 않으며, 구속 상태의 불대등 상태에서 밀실수사·반복수사를 강행하는 것은 필벌주의에서나 정당성을 찾을 수 있을 뿐 무죄추정원칙, 비례성 원칙 등 현대 사회의 가치 있는 어떤 헌법적 정신에 비추어 보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구속제도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운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바뀐 법원의 태도가 맞다.

나) 바뀐 법원의 태도는 법익의 균형성, 피해의 최소성에도 부합한다. 검찰은 전국적인 조직력과 압수·수색영장청구권,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 수사감정의뢰권 등 다양한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어 반드시 구속수사가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과학수사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구속피의자는 구체적으로 방어권 행사에 있어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되며, 만약 구속될 경우 침해의 최대성이라는 법익침해를 겪게 된다. 구속피의자는 자신을 조력할 변호인 또는 가족을 만나기가 어렵고, 한 번 만나려 해도 각종 시간상 제약, 횟수 제약, 장소적 제약으로 충분한 방어준비를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각주 24)(각주 25) 또 단순히 방어권의 불균형만 겪는 것이 아니다. 지병의 치료시기·방법을 놓치거나, 위독한 부모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거나, 부양할 가족을 보살피지 못하고, 어음 미결제와 당좌수표 미회수, 체불임금으로 별도 고소·고발을 당하거나, 물품대금을 결재 받지 못한 거래처가 거래를 끊어 매출이 끊기다가 종국에는 밀린 세금, 사업부채를 피보전권리 또는 집행채권으로 한 회사재산에 대한 보전처분 또는 강제집행을 당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것도 구속되었다는 소문 또는 어음부도 소식이 있고 얼마 후 일시에 사방에서 들어온다. 그 같은 경우 거의 모든 회사의 외부계약에 보증인으로 입보한 피의자 및 그의 가족들의 개인재산에 대해서 일순간 압류·경매 조치됨은 물론이다.

이와 같이 구속이란 제도는 단순히 도주할 것을 대비해 신병을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로 당하는 입장에서는 해악이 지대한 것이다.(각주 26) 따라서 법익의 균형성과 침해의 최소성을 고려할 때 불구속수사가 맞고, 그것이 오히려 방법의 적정성에 부합한다고 볼 것이다.(각주 27)

다) 검찰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불구속원칙으로 인해 수사를 방해받았다는 객관적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도주율이 크게 증가하였다는 자료도 어디에도 없다. 검찰의 주관적 불만으로 볼 여지가 크다.

죄의 성립요소 및 증거에 대한 입증책임은 어디까지나 검사에게 있지,(각주 28) 피의자가 구속까지 되어 수사를 도와야 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따라서 구속제도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하고 남용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어서, 차라리 아예 불구속이 원칙이고 구속은 예외라는 수사관행이 자리 잡혀야 한다. 그러나 권한가진 자는 자율통제가 되지 아니하는 만큼 외부에서 통제해야 한다. 바로 그런 기관으로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기관이 법원이다. 따라서 법원이 구속율을 통제하건, 각 사건을 통제하건 그것은 위와 같은 무한한 구속의 폐해를 경험한 우리 헌법제·개정권력자들이 집단적 합의로 일구어 낸 헌법정신이다. 전혀 잘못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을 뿐이다.

라) 구속제도의 남용이 전혀 없을 거라고 보장할 수도 없다.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도 「피의자, 피고인의 구속은 무죄추정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만부득이 인정되고 있는 제도이므로 구속이 도망의 방지나 증거인멸의 방지라는 구속의 목적을 넘어서 수사편의나 재판편의를 위하여 이용되어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에 의하여 남용되기 쉬우며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은 그것만으로도 불안, 공포, 절망, 고민, 정신혼란 등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게 되고 수입상실, 수입감소, 사회활동의 억제, 명예의 추락 등 많은 불이익을 입게 되는데 특히 구속된 피의자의 경우는 자칫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한 고문·폭행 등이 자행되기 쉽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진술거부권(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도 보장되기 어렵게 되며, 구속이 그 목적을 일탈하여 수사편의나 재판편의로 이용될 때 공소제기가 잘못되거나 재판이 잘못되어 원죄(寃罪)사건이 생기기 쉽다.」고 하여 구속제도의 남용을 우려하였고,(각주 29) 객관의무를 위배하는 검사가 있을 경우 구속제도의 남용은 더욱 우려된다. 엄격히 법리를 따진다면 죄가 되지 않음이 확률상 높은 사건인데도 일단 구속하여 자백이나 받고 보려는 태도를 보이는 검사가 실무상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구속은 제도를 남용한 비신사적 수사방식이 되어 객관의무 뿐만 아니라 수사의 신의칙에도 어긋난다. 모든 검사에게 도덕성, 공정성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므로 일단 무기대등은 필요하다.(각주 30) 한쪽은 수사권을 갖고, 한쪽은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는 모습.

마) 만약 그렇지 아니하고 종전처럼 구속이 남발될 경우 실효적인 구제책이 있는지를 보면, 그것도 그렇지 않다. 구속된 후 무죄가 선고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며, 또 인과관계 있는 전(全) 손해를 배상받을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며, 형사보상제도 정도로는 잘못된 구속제도를 바로잡을 수 없다. 그래서 법원이 미리부터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단히 타당한 문명사회의 결단이다.

< 각주 >

1) 무죄추정의 원칙(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은 구속을 제한하는 지도 원리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일단 구속된 경우에도 가급적 석방되어 시민적 자유를 향유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죄의 추정을 받는 자에게 형벌과 같은 성격의 강제처분은 과할 수 없으므로 인신구속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전형벌(vorgenommene Strafe)로서의 성질을 가질 수 없으며, 이것에 의한 형벌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일방예방(혹은 특별예방)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 수사의 편의나 자백획득의 수단, 범죄에 대한 응징 그리고 피해회복의 수단으로서 인신구속을 악용하는 것은 허용되어지지 않는다. 위장된 구속사유(apokryphen Haftgründe)는 무죄추정의 법리에 반하기 때문이다. 결국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려할 때 구속은 수사 및 재판에 있어서 원칙이 아니라 다른 방법에 의해서는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불가피한 최후의 수단(ultima ratio)으로 사용될 때에만 정당성이 부여되어진다고 할 것이다(이재석, “수사와 인권”, 「비교형사법연구」5권 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814-815면).

2)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헌법재판소 1992. 4. 14, 선고 90헌마82 결정.

3) 국민일보, 기사, “대법원장 발언에 검찰이 발끈한 까닭은”, 2006. 9. 21.자.

4) CBS 노컷뉴스, 기사, “법조 파문 일으킨 이용훈 대법원장 문제의 발언들은?”, 2006. 9. 21.자.

5) 법률신문, 기사, “구속영장 청구 6년 전의 절반”, 2013. 9. 10, 1면.

6) 과학수사에 입각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수사미진으로 인한 무죄판결의 부담은 검찰이 안을 수밖에 없다. 대한변호사협회 발간 2013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1심 형사공판사건의 무죄율이 2008년 1.7%에 불과하였으나 2012년 23.49%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무죄확정사건 중 54.2%가 검사의 수사미진으로 인한 것을 알 수 있다(법률신문, 기사, “대법원 공개변론 온라인 중계… 사법 민주화 촉진”, 2014. 4. 3, 7면 참조). 이미 수백 년 전 정약용은 「흠흠신서」에서 과학수사와 범죄심리를 활용할 것을 권장하였고, 강압에 의한 자백을 인정치 않도록 주의하라 하였다 하니 실로 놀랍지 않을 수 없다(김진혁, “다산 정약용의 형사사법관과 형사정책적 시사점”, 「인문논총」25집, 경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0, 123면 참조).

7) 同旨 조선일보, 기사, “[‘사법致死’ 고리 끊자][中] 구속에 목메는 검찰, 영장 기각되면 법원에 삿대질”, 2015. 5. 15.

8) 법률신문, 기사, “구속영장 청구 6년 전의 절반”, 2013. 9. 10, 1면.

9) 2006년 우리나라의 구속영장 기각률이 16.4%일 때, 일본의 구속영장의 기각률은 0.7%로서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 시기 이후 우리의 경우 영장 기각률이 20% 이상으로까지 올라간 점을 감안하면 일본과는 달리 우리 법원이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영장발부에 대단히 신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동희, “한국과 일본의 체포·구속제도에 대한 비교연구-체포·구속의 법제 및 실무운용을 중심으로-”, 「비교형사법연구」11권 1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9, 86면; 이동희, “일본 형사소송법의 쟁점과 동향”, 「비교형사법연구」14권 1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12, 290면 및 주32) 각 참조; 노정환, “수사절차독립성론-수사의 개념 및 원칙을 중심으로-”, 「법학실무연구회」발표논문, 대검찰청, 2009. 5, 58면 주3); 노정환, “수사절차독립성론(上)-수사의 개념 및 원칙을 중심으로-”, 「법조」57권 3호, 법조협회, 2008, 117면 주3) 참조}.

10) 법률신문, 기사, “법원, 작년 ‘감청 영장’ 발부율 94%", 2014. 10. 23, 1면.

11) 법률신문, 기사, “구속영장 청구 6년 전의 절반”, 2013. 9. 10, 1면.

12) 다만 이러한 불구속 원칙 강화가 해마다 같지는 않다. 대한변호사협회의 ‘2014 인권보고서’를 보면, 최근 5년간 구속영장 발부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체포·구속적부심사의 석방비율은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속영장 발부비율은 2009년 74.9%에서 해마다 증가해 2013년에는 81.8%를 기록했고, 적부심사에서 석방 비율은 2009년 39%를 기록한 후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13년에는 17.4%로 4년 새 반 토막이 났다는 것으로 불구속수사의 확대 경향이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발표하였다(법률신문, 기사, “불구속 수사 원칙 크게 후퇴”, 2015. 2. 23, 1면).

구속영장의 발부비율이 81.8%라는 뜻은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18.2%의 피의자만이 석방되는 것이 되므로 영장심사에서의 변호인의 역할이 얼마나 어렵고 보람이 없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영장심사에서 18.2%의 피의자만 석방되고, 적부심에서 17.4%의 청구 피의자가 석방된다면 불구속 강화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변협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13) 법률신문, 기사, “법원, 작년 ‘감청 영장’ 발부율 94%", 2014. 10. 23, 1면.

14) 법률신문, 기사, “구속영장 청구 6년 전의 절반”, 2013. 9. 10, 1면.

15) 법률신문, 기사, “구속영장 청구 6년 전의 절반”, 2013. 9. 10, 1면.

16) 법률신문, 기사, “구속영장 청구 6년 전의 절반”, 2013. 9. 10, 1면.

17) 법률신문, 사설, “불구속재판 원칙과 몇 가지 과제”, 2013. 9. 13. 15면.

18)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무죄추정원칙 및 구속제도의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는 이해라 하겠다. 일반예방의 효과를 위해 구속제도를 사용하자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재석, “수사와 인권”, 「비교형사법연구」5권 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814면.

19) 적법한 체포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1) 영장체포의 경우, 체포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하며(법 제200조의6, 제81조 제1항 본문), 집행함에는 체포영장을 피의자에게 제시하여야 한다(법 제200조의6, 제85조 제1항). 다만, 체포영장을 소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피의자에 대하여 피의사실의 요지와 영장이 발부되었음을 고하고 집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집행을 완료한 후 신속히 체포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동조 제3항, 제4항).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법 제200조의5, 영장체포 및 긴급체포 공통). (2) 다음으로, 현행범체포의 경우에도 체포과정에서 피의사실의 요지 등을 고지하여 줌으로써 절차준수를 하여야 함은 통상체포와 다를 바 없다(법 제213조의2, 제200조의5). 다만 이와 같은 고지는 체포를 위한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달아나는 피의자를 쫓아가 붙들거나 폭력으로 대항하는 피의자를 실력으로 제압하는 경우에는 붙들거나 제압하는 과정에서 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일단 붙들거나 제압한 후에 지체 없이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7. 4, 선고 99도4341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7961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11226 판결).

20) 실제 검찰에서는 방어권보장 차원에서 영장을 기각했다가 풀려난 성폭행범이 고소인을 살해한 경우를 예로 들며, 영장기각의 신중성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박병규, “구속영장재판의 종류, 주체, 항고”, 「법학실무연구회」발표논문, 대검찰청, 2009. 5, 449면 참조).

21) 법률신문, 연구논단, “피의자 구속제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법원은 구속적부심·보석제도를 통한 사후통제에 중점을 두어야-”, 2012. 9. 13, 11면.

22) 헌법재판소는 진작부터 불구속수사·불구속재판이 헌법의 정신에 맞다고 설시하였다(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23) 이재홍, “사법제도의 세계화 추진방향”, 「형사정책연구」제6권 제1호(통권 제21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1995, 22-23면 참조.

한편, 이재홍 변호사의 주장과 같이 실무가 운용되는 현실에 대하여는, 필요적 보석이 마치 재량보석처럼 운용되는 점에서 비판이 가능하다.; 손동권, “한국 형사사법의 현황과 발전방향”, 「형사정책연구」제8권 제3호(통권 제31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1997, 47면.

24) 同旨 이재석, “수사와 인권”, 「비교형사법연구」5권 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817면.

25) 유사한 내용의 판례로는, 헌법재판소 2013. 8. 29, 선고 2011헌마122 결정(헌법소원 대리인인 변호사와 접견하는 경우에도 수용자의 접견은 원칙적으로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하도록 규정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8조 제4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는 취지).

26) 同旨 이재석, “수사와 인권”, 「비교형사법연구」5권 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817면;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55면;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27) 물론 이미 물증이 확보된 상태에서 도주 중이던 자를 긴급체포하였고 그 자의 죄질이 중하다거나, 중한 범죄의 현행범으로 체포된 경우로서 전과가 많으며 피해자와의 관계를 악용하여 중죄를 저지른 것이 맞아 석방 시킬 경우 다양한 구속사유를 발생시킬 것이 맞는 경우조차 불구속수사가 맞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예외적인 경우라면 구속수사가 오히려 더 적절할 것이란 점에는 필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28) 그런데 법상의 입증책임을 쉽게 비켜가는 오판이 종종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인정과 증거판단에서 오류를 범하는 일부 단독법관들의 미숙과 자만심이 원인이 될 때가 많다. 공판과정에서 변호인이 검사의 증거에 대해 증거능력 또는 증명력의 문제를 제기하여도, 만약 법관이 검찰제출 진술증거에 대해 높은 신빙성을 부여하고, 변호인의 증거가 객관적이더라도 간접증거 또는 정황증거에 불과하다고 보아 무시하는 방법으로 쉽게 유죄의 판단을 한다면 오판에 다다를 위험이 커진 것이다(사실 검찰증거 중 직접증거가 아닌 것도 상당하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공판과정 및 심증형성과정을 경험한 검사라면 대략의 진술증거들을 묶고 최소한의 객관적 증거를 보태어(1개 내외) 공소 제기할 경우 무조건 유죄가 가능하다고 확신하게 되고, 그러한 검사는 향후 수사과정에서도 비과학적이고 편중된 (진술)증거확보에 열을 올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법관과 검사가 각각의 권한을 남용(또는 직무유기)하여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엄중히 요구하는 무죄추정의 원칙, 입증책임을 바꾸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된다. 언행일치, 혼연일체가 되어 법조인들이 실체진실발견과 기본권 보장의 상반된 이념을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 속에서 추구해가야 할 것이므로, 앞으로 특히 형사 법관들은 충분히 입증되었는지, 그 입증은 검사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를 염두에 둔 판결을 하여야만 한다. 법관들의 그 같은 헌법합치적 형사판결만이 수사검사들의 편향된 수사를 제지할 수 있다. 구속수사관행에 제동을 걸었던 이용훈 전 대법원장 같은 분의 재차의 출현이 그립고 기대된다.

29)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30) 이에 대하여 제2편 제4장 제5.항에서 검사의 도덕성, 공정성과 관련한 실제사례를 정리해 두었다.

이상으로 대구성범죄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수사와 변호’를 통해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_불구속 수사(재판)원칙’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 다수의 성범죄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