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형사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사법방해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2회차]

‘트럼프 대통령과 사법방해죄’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2] 트럼프 대통령과 사법방해죄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고 간 것은 사법방해 혐의다. 앞서 클린턴 대통령도 위증과 사법방해로 탄핵절차를 밟았고, 닉슨 대통령도 도청 수사를 방해하고 특별검사를 해임하여 탄핵 의결 직전 사임한 사실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최근 해임된 FBI 전 국장 제임스 코미의 언론 발표 및 상원 청문회에서의 진술로 미국 의회와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얼마 전 물러난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이 러시아 측과 내통했고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개입으로 힐러리 후보를 꺾고 당선된 의혹이 있다는 점, 플린의 이러한 혐의를 수사하던 FBI 국장을 트럼프가 수사중단 강요 끝에 해임했다는 내용이다.

코미 전 국장에 따르면 수사중단 요구를 직‧간접으로 받았으며,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도 충성을 요구받으며 수사중단을 지시받았다고 한다.

만약 코미의 진술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법 제18장 제1503조의 사법방해 혐의(Influencing or injuring officer or juror generally)로 처벌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장래 대배심에서 위증을 할 경우 연방법 제18장 제1621조에 따라 처벌될 수도 있다. 또 상원의 탄핵의결로 이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현재 이 사건은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뜨거운 감자다.

우리나라도 사법절차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한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죄를 명문으로 두고 있을까.

우리는 부패방지국제협약과 조직범죄방지UN협약,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서 권고하는 사법방해 행위 처벌권고를 수용하고 있지 않고, 독일과 같이 개별 규정, 즉 무고, 범인도피‧은닉, 위계공무방해 등의 세부규정을 두어 처벌하고 있다. (중대범죄에 대한) 불고지죄와 (넓은 의미의 사법방해로 판검사에게 적용하는) 법왜곡죄(Rechtsbeugung) 규정이 없는 것은 독일과 다르다.(각주 1)불고지죄에 대해 우리는 형법에 일반적 처벌규정을 두지 않는 대신 국가보안법과 부정청탁금지법에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무슨 죄로 처벌될까.

대표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죄가 직권남용죄다(형법 제123조). 이 죄는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서 문제가 된 비교적 생소한 범죄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이다. 플린에 대한 FBI 수사업무가 대통령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느냐가 처벌을 가른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권한을 불법으로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범죄수사권은 본죄에서 보호되어야 할 권리가 맞기 때문에 이를 방해한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트럼프가 코미 국장에게 충성을 강요하면서 FBI 국장을 계속하고 싶으면 수사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한 것이 사실이고 협박 당시 코미가 수사 중이었다면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6조 제1항), 플린의 장래의 수사업무를 강요‧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리 협박한 것이 되면 직무강요죄(형법 제136조 제2항)에 해당할 수 있다.

만약 코미에게 수사를 중단케 함과 동시에 플린을 도피‧은닉시켰고 러시아와의 내통행위에 트럼프도 공범이었다면 범인도피‧은닉죄가 성립하나, 트럼프 자신의 처벌이 두려워 증거를 몰래 소각하였더라도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타인을 교사하여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만 방어권 남용으로 처벌한다.

< 각주 >

1) 2018. 9. 28.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과 법왜곡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형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학계에서는 서보학 교수, 실무에서는 이건리 변호사가 필요성을 강조했다(법률신문 2016. 12. 12.자 오피니언; 법률신문 2018. 10. 11.자 기사).

이상으로 대구형사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사법방해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 수성구에서 직권남용죄, 국정농단, 공무집행방해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