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사기 풍경(終)’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44회차]

‘사기 풍경(終)’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44] 사기 풍경(終)

사기는 지능범이고, 화이트칼라 범죄다. 풍부한 견문과 전문적 지식이 사용될 때가 많다.

(18) 지난 5일 서울북부지법은 사립대 교수와 환경전문기업 대표에게 실험 데이터를 조작해 정부지원금 17억원을 편취한 죄로 실형을 선고했다.

(19) 지난 1. 27. 제자들의 인건비를 쌈짓돈처럼 꺼내 쓴 A대 교수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만약 애초부터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의 인건비를 신청하여 받았다면 사기죄가 된다. 두 경우 모두 흔한 사례다.

(20) 여수국가산단 입주회사에 채용시켜 주겠다며 수억 원을 편취한 3명이 기소됐고, 주범은 구속됐다. 1인은 전직 노조위원장이었다.

(21) 지난 1. 11. B호텔 분양광고를 하면서 임대료 확정 지급기간이 2년뿐임에도 장기수익을 줄 것처럼 광고하고, 해당 호텔이 국내 객실가동률 1위인 것처럼 광고한 회사가 거짓‧과장‧기만에 대한 시정명령을 공표했다. 공정위의 적극적 대응이 돋보인다.

(22) 8차례나 유사범행을 저지른 누범(각주 1) 피의자가 인터넷과 중고시장에서 구입한 경찰근무복을 입고 경찰을 사칭하다가 창원지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PC방에서 수색, 계도행위까지 했다고 한다.

(23) 가짜 폭발물을 넣은 택배상자의 발신인을 숙모로, 발신인 주소를 숙부회사로 기재해 정부서울청사에 택배를 보낸 피고인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별도로 사문서위조죄 성립이 가능해졌다. 발신인이 기재된 출력물은 거래상 중요사실을 증명하는 문서나 법률상‧사회생활상 의미 있는 사항에 관한 증거라는 대법원의 판단 때문이다. 예외적 적용사례인지 두고 봐야 한다.

(24) 지난 해 4월 포항의 간호학원 원장은 학원생들에게 돈을 받고 허위 교육이수증명서를 발급해 이들이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도왔다. 자격증 부정취득자는 230여 명이나 되었다. 학원과 결탁한 병원 4곳도 함께 적발됐다.

(25) 전과 18범이 택시에 탄 후 대구지검 검사를 사칭했고, 기사는 송사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건넸지만 사기였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피의자를 구속했다. 한편 부산 남부경찰서도 검사 신분증을 위조하고 특검 차장검사를 사칭한 후 여성에게서 금품을 뜯은 피의자를 구속했다.

(26) 지난 해 6. 9. 서울중앙지법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한 혐의로 회계법인 전 이사, 상무, 회계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대출사기를 방조한 죄다.(각주 2)

(27) 결손아동 후원명목으로 3년간 4만 9천명으로부터 128억원을 모금한 후 126억원을 마음대로 쓴 사단법인 ‘△△○○’ 회장 등이 지난 해 8. 12. 입건됐다. 상습사기, 기부금품모집금지법 위반죄이다.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무작위 전화로 피해자를 늘렸다.

(28) 허위 출생증명서로 태어나지도 않은 두 딸의 출생신고를 하고 각종 수당‧지원금 4,780만원을 편취한 유명 항공사 승무원이 지난 해 8월 구속됐다가 같은 해 9월 구속취소결정으로 석방된 후 12. 10.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생후 5개월 된 셋째만 진짜였다.

(29) 경영난에 처한 학습지 업체 대표가 회사가치를 부풀려 17억원을 투자사기 쳤다가 지난 해 8. 28. 기소됐다. 같은 피해자에 대해 1차로 13억 5천만원, 2차로 4억원을 투자받았고, 피해자는 손실을 만회하려고 속은 것을 알고도 두 번째 투자를 해 손해를 키웠다.

(30) 작업화가를 고용해 그린 그림을 자신의 작품으로 판매한 유명 가수가 지난 해 10. 18. 유죄 선고된 후 항소심 재판 중이다. 대작 화가의 존재를 숨긴 것이 문제였다.(각주 3)

(31) 지난 해 9. 12. 포항남부경찰서는 재력가 행세를 하며 이혼녀, 유부녀를 상대로 차례로 상해, 강도 행각을 벌인 피의자를 구속했다. 접근수단은 인터넷 채팅이었다.

< 각주 >

1) “형법 제35조 소정의 누범이 되려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를 받은 후 3년 내에 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해야 하는바, 이 경우 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는지 여부는 그 범죄의 실행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3년의 기간 내에 실행의 착수가 있으면 족하고, 그 기간 내에 기수에까지 이르러야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6. 4. 7, 선고 2005도9858 전원합의체 판결)

2) <분식회계와 대출사기에 대한 대법원의 일반적 입장>

▶ ｢분식회계에 의한 재무제표 등으로 금융기관을 기망해 대출을 받았다면 사기죄는 성립하고, 변제의사와 변제능력의 유무 그리고 충분한 담보가 제공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고 사후에 대출금이 상환되었다고 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2도7262 판결 참조). 또한 금융기관의 통상적인 여신처리기준에 의하면 적자상태인 당해 기업에 대한 여신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획일적으로 부실 재무제표 제출로 인한 기망행위와 여신 결정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고, 기업이 적자상태를 숨기기 위해 흑자상황인 것처럼 작성한 재무제표를 제출하였다는 사실이 발각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신뢰성 평가에 있어서의 부정적인 영향까지 적절하게 고려‧평가해 인과관계 단절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6도1813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 1이 공소외 2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피고인 2와 공모해 위와 같이 허위로 작성된 2006회계연도 재무제표를 이용해 공소외 2 회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직접 합계 1,060억원을 대출받거나 공소외 2 회사의 연대보증 하에 ○○그룹의 다른 계열회사들로 하여금 합계 4,350억 5,000만원을 대출받게 한 행위가 모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기죄의 성립에 있어서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은 없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1283 판결)

3)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2018. 8. 17.).

이상으로 대구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사기 풍경(終)’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화이트칼라범죄, 정부지원금 횡령, 채용사기, 분양사기, 대출사기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