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범어동형사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소취하와 무서운 인감증명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49회차]

‘소취하와 무서운 인감증명서’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49] 소취하와 무서운 인감증명서

전직 국회의원이자 유명 변호사 A씨는 최근 문서위조죄로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되어 서울중앙지법에서 1회 공판기일을 맞았다.

그와 불륜관계로 의심받던 여성 유명 블로거 B녀의 남편으로부터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당하자, A는 B녀와 공모하여 B녀 남편 C명의의 인감증명 위임장을 위조하고 소취하서에 남편의 도장을 임의로 찍어 법원에 제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각주 1)

이러한 소취하는 당사자 진의를 왜곡하여 남편 C의 청구권 행사에 장애를 초래하고 후소 제기의 부담을 높이는 점에서 위법하고, 법원을 속인 점에서 엄중하다. 남편 C는 이후 A변호사를 상대로 4천만원의 배상 인용판결을 받았다고 하니, C가 소취하의 의사를 갖고 처 B에게 인감증명 위임장을 작성‧교부해 주었을 리는 없다. B녀가 같은 죄로 이미 유죄판결을 받았으므로, A변호사는 공모관계를 부인하는 방법 밖에 없다. 소취하의 법적 효과와 불이익은 무엇이며, 인감증명서와 관련한 범죄는 얼마나 흔히 일어나는가.

소취하는 제기된 소의 전부‧일부를 철회하는 원고의 단독적 소송행위다(민사소송법 제267조 제1항). 이로써 소송계속은 소급하여 소멸하고, 소송은 종료된다. 다만 일단 소가 제기된 뒤에는 피고의 본안재판 받을 권리(기각판결 받을 권리)를 고려하여 피고 동의가 있어야만 소가 종료되는데, 실무상 이의하는 피고는 거의 없다. 따라서 소취하서 제출은 그만큼 중요하고, 진의에 기초해야 한다.

소취하를 하였다고 해서 다시 후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소취하가 실체법상 청구권의 포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 없이 소를 취하했다는 것은 원고 자신의 주장책임과 증명책임에 자신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내보인 것이 되므로 후소에서 승소하는 데에 장애를 초래한다. 또 소를 반복적으로 제기한 후 취하를 거듭하는 행위는 상대로 하여금 과도한 방어비용을 지출하게 함으로써 마치 소가 상대를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이 점에서 거듭된 소권 행사는 신의칙 위배로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종국판결선고 후 소취하는 재소금지효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

인감증명서는 본인증명을 위해 거래계에서 널리 쓰여지는 공문서이다. 본인이 직접 법률행위를 할 수 없을 때에는 인감증명서 발급 단계부터 위임하는 경우가 있고, 이 때가 인감증명서 사용폐해가 가장 큰 경우이다.

인감증명서는 처분행위 시 매도확인용으로 사용된다. 매도인의 진정한 매각의사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쉽게 인감증명서만 믿고 남의 물건에 값을 치르면 훗날 무권대리로 판명되어 계약과 등기는 무효에 직면한다. 이 경우 공인중개사도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가능한 사례로는, 해외체류 또는 수감 중이거나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남편 부동산을 처가 불륜남과 공모하여 매각, 치매를 앓는 부친 부동산을 맏아들이 모와 공모하여 매각(허위소송과 허위답변으로 부 재산에 근저당을 설정한 유사 사례로는, 2018. 1. 31. 대구지검 구속기소 건), 공유토지의 일부소유자가 타공유자의 권리까지 매각 후 잠적, 미성년 피해자의 부모 1인이 허락 없이 배우자의 인감증명서까지 발급받아 형사합의금을 독식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의 권리를 넘겨받거나 소멸시키는 법률행위의 상대방은 항상 인감증명서가 본인발급인지를 살피고, 위조된 위임장으로 대리발급된 인감증명서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만약 의심이 들면 본인과 통화하는 등 매각진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대금 수령계좌가 매도인 본인의 것이 아니라면 대리인의 사기행각을 의심해야 뒤탈이 없다.

< 각주 >

1) 이 사건 피고인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고, 2019. 1. 25. 보석청구가 기각돼 구속 상태에서 2심 재판을 받던 중 2019. 4. 5. (범행 고의가 부정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상으로 대구범어동형사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소취하와 무서운 인감증명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사문서위조죄, 공문서위조 동행사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