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형사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과실범과 긴급피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22회차]

‘과실범과 긴급피난’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22] 과실범과 긴급피난

최근 청주지방법원 형사항소심은 수상오토바이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해당 기기를 운전하여 강에 빠진 시민을 구하다가 오토바이가 뒤집혀 1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청주지법 2018노575 판결).

1심은 수상레저안전법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 양 죄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한 반면, 이 사건 2심은 면허 없이 수상오토바이를 몬 점에 대해서는 유죄, 사람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오토바이가 뒤집혀 사람을 숨지게 한 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 결과 징역 6월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1심과 달리 2심은 위 유죄의 점에 대해서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선고했다.

무죄의 요지는, 업무상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보통인의 합리적이고 객관적 주의 정도를 기준으로 통상 예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고를 방지할 회피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상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까지 대비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고, 피고인은 4명의 시민이 물에 빠진 상태에서 한 대의 수상오토바이에 모두를 태울 경우 뒤집어져 사망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까지 대비할 주의의무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나아가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록 수상오토바이에 안전하게 탑승시킬 의무가 있었지만,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피신시키는 경우에는 이와 동등한 주의의무를 요구할 수 없다고 봤다. 이는 사실상 위난상황을 판결문에 반영시킴으로써 주의의무(과실) 조각사유로 설시한 것을 넘어서 긴급피난 상황임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재판부가 과실이라는 구성요건 자체를 조각시키는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위 판시 이유 중 뒤의 것은 긴급피난의 법리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점에서 장래 이 재판결과가 상고심에서 파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구성요건이 조각되어 무죄건, 위법성이 조각돼 무죄건 판결 결론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므로 파기를 면하게 된다.

이 사건 피고인이 면허 없이 위 기기를 조작한 점에서 수상레저안전법을 위반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설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긴급피난 상황임에도 통상의 오토바이 탑승과 동일한 안전의무 기준을 적용시킬 수 있는가가 주요 쟁점이 된다.

이 사건 오토바이는 운전자를 포함하여 3명이 정원이었지만, 피고인은 자신을 포함 물에 빠진 요위난구조자 4명을 모두 오토바이에 태우려다가 뒤집혀 사망사고를 발생시켰다.

정원에 해당하는 사람만 구조하고, 나머지 물에 빠져 허덕이는 사람은 구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법원의 고민이고, 구체적 타당성 내지 합목적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 사건 법원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과실의 주의의무가 경감되는 특별한 경우를 창조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치, 사회, 문화를 리더하는 법원의 경향을 사법적극주의라 하고, 법적 안정성을 강조하여 타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기 위해 법규를 엄격히 해석하는 문화를 사법소극주의라고 한다. 우리나라 법원은 대체로 사법소극주의적 태도를 취한 반면, 헌법재판소는 사법적극주의 정신을 구현해 왔다고 평가된다.

앞으로는 법원이 각 법관의 판결 독립성을 존중하기로 하고, 각 법관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양심에 따라 판시하여 사회문화를 개선시켜 나갈 책무가 있다고 본다.

이상으로 대구형사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과실범과 긴급피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형사 항소심, 상고심, 업무상과실치상, 치사죄 사건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