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성범죄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인과관계와 증언 신빙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26회차]

‘인과관계와 증언 신빙성’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26] 인과관계와 증언 신빙성

공사현장 안전반장으로 근무하던 근로자가 걸어서 현장으로 출근 중 빙판길에서 넘어지며 어깨 근육이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 출퇴근 재해로 보고 재해보상금과 요양급여를 신청한 근로자는 뜻밖에도 공단의 불승인 처분을 받고 황당하여 소송을 내게 됐다.

비록 원고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의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원고는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았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사유는, 바로 근로자의 기왕증이었다. 본래부터 문제가 있던 어깨의 치료를 위해 산재 신청을 했다는 주장이고, 여러 증언은 서로 다른 점이 있어 근로자가 주장하는 사고 발생경위를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비록 사고 장소에 대한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부 다르더라도 당일 출근 시간에 근로자로부터 사고 사실을 들었다는 점은 모두 공통되고, 근로자의 주장처럼 통상적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 중 발생한 사고라면 본래부터 어깨의 기왕증이 있었더라도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사고로 더 악화된 것이 되므로 산업재해가 맞다는 판단을 했다. 이 같이 법원은 기왕증을 가진 경우라도 해당 근무를 위해 출퇴근 내지 업무상 사고로 기왕증이 악화돼 별도 치료가 요구된 경우라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왔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동법 제37조가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상당인과관계설에 부합한다.

인과관계는 형사사건에서도 중요한데(형법도 상당인과관계를 요구), 이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가 된다. 인과관계는 사회경험상 상당성이 인정되면 충족되므로, 매우 비정상적 인과가 없었던 한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가 발생한 자연적 인과에 주목하여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A가 B를 살짝 때렸는데, B가 원래 건강이 좋지 않던 중 A의 타격으로 상해를 입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는 상해죄 내지 폭행치상죄로 처벌된다. A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B가 특이체질이란 점을 입증해야만 한다.

한편 증인의 증언들이 서로 간 일부 다르거나, 혹은 조사단계 별로 상이하더라도 법원은 전체적 신빙성을 고려해 유․무죄, 승․패소를 정하므로, 세부적 사항에서 약간 기억을 달리하거나 목격사실을 일부 다르게 진술하더라도 법원이 결론을 정하는 데 방해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든 피고든 자신의 주장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증언을 요청할 경우 반드시 원․피고 자신의 기억에 부합하는 진술만을 강요하거나 교사 내지 유도하지 말고, 각 증인이 겪은 경험사실을 자유롭고 생생하게 진술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유리하다.

이상으로 대구성범죄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인과관계와 증언 신빙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출퇴근재해, 산업재해, 행정소송, 성범죄 사건 등을 취급하고 있습니다.